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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향적 혁신가

결혼에 대한 고찰,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에게

by 서 정 휘 2020. 2. 14.

벌써 결혼 3년차다.

한 일년 반은 30년 이상 남남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만나서 사느라고 부딪히고 깨지고 합쳐지고 다시 등돌리고를 반복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머지 일년 반은 임신하고 아기 출산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. 아기를 낳고보니 왜 신혼 때 놀러갈 수 있으면 놀러가고 하고 싶은 것, 공부할 거 있음 하라고 귀에 피나도록 주변에서 했던 말들이 요즘에 들어서야 엄청나게 실감하고 공감하고 있다. 역시 경험자의 말들은 흘려들을 게 없다.

 

신랑과는 연애결혼을 했다.

서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는데 (신랑은 사실 잘 모르겠다) 어쩌다보니 내가 식장에 들어가고 있었다.

결혼이란 것이 타이밍이고 결혼할 시기가 됐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이랑 결혼한다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.

내가 결혼을 한다, 안한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결혼이란 것은 순식간에 큰 파도처럼 와서 나를 휩쓸고 가버리는 그런 천재지변(?)이랄까.

 

내가 신랑이랑 사귀었던 것은 그의 성격때문이었다.

보기와 다르게 착하고 동물을 사랑하고 (특히 개) 나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이 좋았다.

내가 '이 사람 참 진국이다.' 생각한 것은 같이 여행을 가면서 더 확신이 들었다. 누군가는 결혼하기 전에 술을 먹이고 강원랜드에 데려가보라고 말을 한다. 뭐 이 것도 중요한 배우자의 감별법(?)일 수도 있으나, 나는 사귄지 한 일여년 됐을 때 여행을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. 국내보단 해외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. 연애기간이 짧으면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아서 잘하려고 상대에게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. 나 또한 내숭을 떨고 있으니까. 그런데 한 일년정도가 지나면 슬슬 본래의 모습이 나타난다. 이 때 낯선 곳에 둘이 있을 때 이 사람의 행동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. 나는 일부러 남친을 테스트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하필이면 여행시작부터 몸이 아파서 끝날 때까지 안 좋아서 내 컨디션은 진짜 망조였는데 나는 그 때의 신랑의 다정함을 잊지 못한다. (그래서 낚였다.. ㅋㅋㅋㅋ)

 

연애 때나 결혼을 이제 막 했을 때는 참 좋다.

그런데 결혼도 연애와 마찬가지로 콩깍지가 벗겨지는 시기가 다시 찾아온다. 같이 생활해보니 이렇게 안 맞을 수가! 하는 순간들이 진짜 빈번하게 온다. 30여년 동안 남남으로 살아온 사람의 가치관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쉽게 맞춰지지 않는다. 지금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서로 선을 지키며 살기에 신혼 때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.

 

운동한다고 신랑이 사놓은 커틀벨은 먼지만 쌓이고 있는 모습(후유)

결혼을 해보니 참 아는 것이 많아졌다.

지식이라기보다는 지혜라고 해야하나, 그리고 어릴 적부터 품어온 의문들에 대한 답을 알게된 순간들이라고 해야하나.

미혼자들이 많이 묻는 "결혼하면 좋아요? 결혼 꼭 해야하나요?"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나도 결혼 전에 많이 했었는데 그 때마다 돌아온 답은 뭐 '결혼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.' 였다. 결혼하고 보니 이 이상의 훌륭한 답은 없다.

둘 다 장단점이 있고 뭐 하나 포기하기에는 양 쪽 다 팽팽하다. 가치관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너무 사랑한다면 결혼은 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든다. 남친(예비신랑)이 나에게 잘 맞춰주는 사람이라면 결혼까지 하는 건 좋지만 애 낳는 것은 글쎄.. 아마 본인 일에 엄청난 지장을 줄 것이 분명하기에 추천은 하지 않는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 낳아야하나? 하는 마음이 0.1%라도 들으면 낳는 것도 나쁘지 않다.

진짜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.

애 싫어하는 나도 내 애라고 좋아하는 것 보면 진짜 내 자식은 다르다.

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. 내 애를 낳고나면 다른 애들도 조금 더 예뻐보인다.

결혼이란 것은 출산, 육아와 마찬가지로 힘들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있고 내 스스로가 어른이 됨을 느낀다.

막중한 책임감이 싫다면 둘 다 안하는 것이 맞지만, 감수할 수 있다면 한 번은 해봐도 좋다. 사실 감수하고 안하고는 없다. 사실 결혼하고 애까지 낳으면 말그대로 거의 빼박이기에 조금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.

 

말하다보니 출산, 육아에 대한 말을 하게 되었지만 뭐 결혼과 떼어낼래야 뗄 수 없는 것이니까.

아이가 낮잠에서 깨서 다음에 더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전 이만.